[글마당] 내리네
목련 꽃봉오리는 꽃잎 깊이 나비 날개를 숨기고 찬바람에 휘둘려도 헐벗은 가지에 앉아있는 새한 마리 감싸네 매서운 바람에 날개가 휘날려도 끄떡없는 아기 새 가슴 두근거리며 쳐다보는 회색 하늘 갖 태어난 아기의 눈으로 세상에 하얀 복을 뿌리는 흰 눈이 내리네 포근한 품속 그 눈 속에 안겨보네 철로 밑 사거리 말라 비틀어진 피가 낭자한 시체 위로 비가 내리네 버얼써 하늘을 향해 비상했을 날개 위로도 빗방울은 시체를 감싸지 못해 방울지고 꽃바람 뒷걸음 칠가 걱정되네 그리운 사람들 가까운 사람들 이른 봄하늘 자락에 그림을 그릴 것이네 무지개 서 있던 호수 위로 또 눈이 내리네 물 위에 동그라미도 그릴 줄 모르는 눈 정숙자 / 시인·아스토리아글마당 날개 위로 봄하늘 자락 시체 위로